경남일보 2025년 6월 23일에 게재된 이지호원로장로님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저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일제 치하와 6·25전쟁을 겪으며 국가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라는 말을 체감하며 살아왔습니다.
6월 25일이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5사단 35연대 2대대 소속 의무병으로 강원도 전선에 투입됐던 이지호(94)씨,
어느덧 75년이란 시간이 흘러 당시 19살 이었던 그도 이제는 90세가 넘어선 노병이 됐다.
10남매 중 7째로 태어난 이씨는 진주교대의 전신인 진주사범학교에서 교사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그의 단란했던 일상을 단숨에 무너뜨려 버렸다.
7월 말 탱크를 앞세운 인민군이 진주에 들이닥쳤다.
이씨는 인민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주의 하늘에 미군의 폭격기가 수시로 날아와 인민군을 폭격했다.
연합군이 진주를 탈환하면서 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조국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국군에 자원 입대를 결심했다.
그길로 다니던 교회 목사의 추천을 받아 부산의 제3육군병원에 입대한 이씨는 짧은 기초군사 훈련만 받고 의무병으로 강원도 전선에 배치됐다.
이씨는 최전방 근무를 자원해가며 수많은 부상병을 돌봤다.
총 대신 압박붕대를 들고 전쟁터를 누빈 이씨는 인민군에 맞서 용감히 싸우는 군인들을 많이 목격했다.
한번은 전투에서 총상을 당한 아군을 응급처치하고 후송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 부상병은 더 싸울 수 있다며 한사코 후송을 거부했다.
전우들과 함께 계속 싸우겠다는 부상병의 모습에서 진한 애국심을 느꼈다.
이씨는 “그 부상병과 같은 군인들이 있었기에 6·25때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자신이 증명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루는 작전에 투입된 소대를 따라 가던 도중에 낙오된 인민군 1명을 생포했다.
나무 밑에서 총을 세워둔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던 인민군은 가까이 다가온 국군을 보고 놀라 도망치다 다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이씨가 가까이 가서 보니 앳된 소년이었다.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하고 건빵을 주며 말을 걸어보니, 나이는 17살에 집은 서울이었다.
인민군에 붙잡혀 여기까지 끌려왔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울음을 터트린 앳된 소년의 모습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안타까움을 실감했다.
그 자신도 비슷한 나이대의 남동생을 폭격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중공군이 참전하고 압록강까지 도달했던 국군과 연합군은 후퇴를 거듭해야 했다.
1951년 2월, 야간에 산길로 이동중인 부대는 중공군, 인민군과 맞닥뜨려 곳곳에서 백병전까지 벌어졌다.
부대는 뿔뿔히 흩어졌고 그 역시 부상당한 아군을 부축하며 퇴로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중공군과 인민군은 그들을 포위했다.
간신히 부상병은 탈출시켰지만 그는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민군의 회유와 포섭을 거부하고 북쪽으로 끌려가던 6월 중순께 강원도 금화 부근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재편성한 부대로 다시 배치되고 이후 3년 8개월간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학업을 마치고 40여 년간 초등교사로 지내다 1996년 교장으로 정년 퇴직을 했다.
이씨는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6·25전쟁이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조국인데, 우리 국민들이 애국, 애족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출처 : 경남일보(https://www.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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